배연주(KGC인삼공사)는 국내에서 대체불가 선수로 군림하던 때가 있었다. 무적 무패를 자랑하며 승승장구 한 덕에 오히려 실업팀 입성이 쉽지 않았다. 스카우트 파동으로 선수가 징계를 당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불러왔다. 그녀의 존재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시켜주는 사건이었다.
배연주는 왼손잡이로 166cm라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정확하고 까다로운 스트로크와 스피드, 파워 등 여자단식에서 필요한 모든 걸 갖춘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선수였기에 가능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예선을 통과했지만 은메달을 차지한 중국의 왕이한에게 패해 16강에서 멈췄지만, 지난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을 따냈다. 유명세에서는 후배인 성지현에게 가렸지만 배연주는 늘 한국의 여자단식을 대표하는 부동의 에이스였다.
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나고 배연주는 부진의 늪에 빠졌다. 특히 올림픽 포인트가 쌓이는 지난해에는 그 많은 대회의 입상자 명단에 오르는 게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세계랭킹 5위에서 순식간에 14위로 추락해 올림픽 출전마저 불안해해야 할 상황까지 치달았다. 부상과 슬럼프의 늪이 길고 깊었다.
체력이 좋고 만능 플레이어인 배연주는 상대의 약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악바리 근성으로 상대를 괴롭힌다. 단 자신보다 빠른 선수를 만나면 고전한다. 스피드를 따라잡기 위해 서두르다 범실을 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스매시보다 정교한 스트로크로 상대를 흔들면 승승장구하고, 그 반대의 상황이 되면 쉽게 흐름을 바꾸지 못해 패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를 극복해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열린 슈퍼시리즈에서 올 4월에 딱 한번 성적을 낸 게 전부일 정도로 극심한 부진을 겪은 만큼 이를 극복하는 게 급선무다
배연주는 랭킹 17위까지 하락한 상황에서 시드 배정을 받았기 때문에 런던올림픽 때와 비교하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지난 2개월 동안 오로지 올림픽만을 위한 맞춤형 담금질을 했기 때문에 과연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미지수다.
인천아시안게임의 동메달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전성기 때의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설사 예선부터 지뢰밭이라 해도 무엇이 걱정이랴. 변수도 많고, 이변도 많은 올림픽인 만큼 배연주가 그 이변의 주인공 자리를 꿰차면 된다.
배연주는 “이번이 두 번째 올림픽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반드시 메달을 따고 싶다. 근성이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올림픽을 앞두고 체력과 기술훈련을 중점적으로 연마한 만큼 악바리 근성을 발휘해 좋은 성적으로 돌아오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