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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수필] 각본없는 드라마, 함께연출해요~ |
몸과 마음을 위해 심신이 고단한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싶어 |
기사입력 : 2004-10-05 17: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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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마동에 있는 국민생활관을 즐겨 찾는다.
그곳은 1988년의 성공적인 서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각 시·도에 하나씩 세운 건물로 국민들의 체력 향상과 건강 증진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하는 곳이다.
생활 터전이 근접한 거리에 있는 나로서는 더 없이 행복한 마음으로 내 집처럼 드나들고 있다. 그곳의 2층에 있는 실내체육관은 활동하기에 알맞은 조명과 바닥이 목재 마루여서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연출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그곳에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함께할 친구가 있기에 우정이 샘솟고, 움직이는 만큼 흐르는 땀이 있기에 건강이 있고, 승패 가르는 게임이 있어 스릴이 있다.
또한 따스한 한 잔의 커피와 대화가 있어 그 낭만적인 분위기에 내가 정을 붙인 곳이기도 하다.
그곳 친구들과는 만날 때마다 각본 없는 드라마인 배드민턴 게임을 한다.
이것은 누가 붙인 이름인지 모르지만 친구들 모두 공감하기에 나도 즐겨 부른다.
이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은 내 일상적인 일이기에 퇴근시간 후엔 꼭 이곳을 찾게 되었다.
몇 년째 체육관에서 만나 운동을 같이해 오는 친구들과는 말 없이도 호흡이 잘 맞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 가족 이외의 가장 가까운 동반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에 대해서는 이름이 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나이는 얼만지, 어디에 사는지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다. 일부러 숨기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를 느끼지 않기에 굳이 알려 하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난 그들을 이름 모르는 친구라고 부른다.
복장을 갖춰 입고 체육관에 들어서기 전 오늘은 어떤 친구들을 만날까.
어떻게 게임을 엮어 갈까.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예상치 못한 돌발적인 사태가 나타나기도 하고 의외의 장면에서 예기치 않은 묘기가 나와 배꼽을 쥐고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또 꺼져 가는 촛불이 되살아나듯 대역전극이 펼쳐지기도 하는 환상적인 게임의 분위기에 모두는 몰입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드라마 한 편이 완성되어 갈 무렵이 되면 전신은 비오듯 흐르는 땀으로 목욕하고 만다.
어느덧 세상사로 쌓였던 스트레스는 봄눈 녹듯 사라지고 온몸에 잔잔하게 퍼지는 만족감과 다행감을 만끽하며 잃어버린 자신을 찾으러 관조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한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체육관의 이름 모르는 친구들로부터 소중한 것들을 많이 배워 가고 있다. 심신이 고단한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게 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각본 없는 드라마를 함께 연출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박보순 <대전 기성초등학교 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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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대전 서구 갈마동에 위치한 올림픽 기념 국민생활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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